[뒤늦은 비행일기] 나를 기억 하는 승객이 있다는 것

커리어/에어아시아|2018. 12. 8. 14:00









  비행하면서 한번도 나를 누군가가 기억할 거란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내가 실수를 하더라도 엄청난 실수가 아니면 빨간 유니폼에 가려져서 괜찬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제로도 나를 봤다는 승객이 몇명 있었지만 실제로는 내가 탄 비행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목받는 가면을 쓴 기분으로 일을 하곤 했다.




  얼마전 하우스 메이트가 올해 2월 4일에 뭘 했는지 물어보았다. 무려 10개월 전일을 어제 일 물어보듯이. 그때는 말레이시아 베이스의 에어아시아라는 항공사에서 일하고 있을 때였다. 아직도 내가 받은 모든 스케줄을 가지고 있어 그날 뭘 했는지 찾아 보았다. 그날은 쿠알라룸푸르에서 부산으로 가는 비행이 있었고 기억은 나지 않지만 분명 한국인 아줌마 아저씨 패키지 관광 단체손님이 가득 했을 것이다. 그래서 단체로 주문한 기내식때문에 한 섹션에선 나시르막 파티, 그 다음은 쿵파오치킨 파티, 라자냐파티를 하고 있었겠지. 나는 그사이에서 부모님이 있는 집에 갈 생각에 들떠서 신나 있었을 테고. 




   그것을 말하니 하우스메이트의 친구가 그 비행에 있었고 나를 기억한다고 했다. 최근에 다른 일을 시작했지만 핸드폰 보기를 돌같이 하기 때문에 아직 프로필 사진이 에어아시아 유니폼입은 사진이다. 하우스메이트가 나와의 카톡을 친한 사람에게 캡쳐해서 보여준 모양이다. 놀랍게도 그사람이 카톡대화에 있는 작은 나의 프로필 사진을 보고 나를 기억한 것이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사람은 내가 뭘 했는지 기억한다. 그게 승무원이란 직업이 특별한 게 아닐까.




  승무원을 준비할 때 승무원이란 직업에 굉장한 갈망이 있었다. 특히 외항사. 한국 항공사는 처다도 보지 않았다. 승무원의 모든게 반짝이고 좋아보였다. 매일 비행기를 타는 것, 외국에서 사는 것, 수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 갖힌 공간에서 안전과 서비스를 담당한다는 점도. 항상 외국 생활을 꿈꾸는 부끄러움이 많은 관종에게는 딱 맞는 직업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비행이 계속되고 일상이 되고 업무가 되고 점점 내 마음 속에 승무원의 반짝임은 사라져 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비행기 안에서 굉장히 특별한 존재이다. 승무원은 그저 일하기 위해 혹은 수다 떨려고, 캐빈 체크를 위해 돌아다니는 것이겠지만 지나가는 것만으로 쳐다보게 되지 않나.




  친구분 말에 의하면 나는 단체 승객이 탑승권이 없어서 사전 예약한 기내식을 건내주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내가 난처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했다. 사실은 난처해 하지도 않았고, 확인하는 척을 해야하기 때문에 미안해하는 친절한 승무원 연기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여권 보여달라거나 이름 말해 달라하고 건내줬겠지. 




  그분 덕분에 내가 했던 일이 어떤 일이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꽤 재밌고 특별한 직업을 경험했구나. 누군가 기억해 줄 수 있는 직업이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블로그에 쓸 일이었다. 그런 인연을 만들어준 에어아시아에 감사할 일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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